설국속 미완의 산행,
선자령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언젠가 들렀던 그날도,
그리고 오늘도 선자령의 바람은
매섭습니다.
코끝이 아리고, 이마가 시리지요.
선자령에서 느낄수 있었던 강원도의 힘,
눈과 바람이 함께한 날이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중계탑 방향의 모습
계곡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하고 널다 올라갔다하여 붙여진 이름,
선자령(仙子嶺)입니다.
백두대간을 이루는 영동과 영서의 분수계중 한곳으로 급경사를 가진 동쪽능선과 완만한 경사를 가진 서쪽의 능선이 이루는 경계 지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횡계리에 위치한 선자령은 오래전부터 현 삼양 양떼목장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삼정평(三政坪)이라 불리던 곳으로 현재는 삼양목장 제2초지를 말합니다.
곤신봉과 대관령의 중간에 자리한 높은 고개로 옛 길손들이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향하던 길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고개길이었지요. 옛 사람들은 대관령을 '대굴령'이라 부릅니다. 고개가 험하여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라 하였다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굴령을 한자로 적어 대관령(大關嶺)이라 부르지요.
해발 1157m의 선자령,
그 진가는 겨울입니다. 물론 시원스런 초지와 푸르름을 간직한 여름의 모습도 좋습니다. 그러나 선자령을 대표하는 풍경이라 한다면 역시 겨울입니다. 허리까지 또는 그이상의 눈, 그리고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이 선자령의 바람입니다. 세찬바람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여 거세다 할 정도의 바람으로 눈내린 선자령에 부는 바람은 북풍한설 그 자체입니다. 몸을 가누기 힘들정도의 거센 바람이 머무는 곳, 선자령입니다.
대부분의 선자령을 오르는 길은 대관령 휴게소에서 오르는 길로 등산로 자체가 평탄하고 경사가 완만하여 오르는데 그리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늦은 시간이라면 수 많은 등산동호회등의 단체 등산객들과의 만남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전망대까지 약 2.5km, 다시 전망대에서 선자령 표지석까지 약 2.5km입니다. 처음 출발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망대에 오릅니다. 맑은 날이면 강릉시내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드는 시원한 풍광을 선물해 주지요. 길을 재촉하여 선자령 정상에 닿으면 발왕산을 비롯하여 오대산과 황병산이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한국의 산하, 강원도의 산세를 보여줍니다.
세찬 바람은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모습을 이해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곳입니다.
'강원도 폭설'이라는 뉴스를 접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선자령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이른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차의 앞뒤로 선 관광버스와 이미 여러대의 관광버스가 주차 되어 있는 모습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왔구나 싶었지요. 길은 이미 얼어붙어 후륜구동인 제 차는 체인을 장착하고서야 간신히 작은 언덕을 올라설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문을 열어 제치는 순간, "헉~!" 생각지도 못했던 칼바람에 차문이 활작 젓혀질 정도입니다. 차 속에서 예상했던 것은 그저 예상이었을 뿐, 실제의 체감은 감히 엄두를 못낼정도의 강풍과 차가운 온도였습니다.
장비를 챙기고 아이들 등산 장비를 갖추어 주고 나니 다시 30여분이 지체 되었네요. 온몸으로 불어오는 대관령의 강풍을 맞으며 드디어 선자령으로 향합니다.
설국을 오르다.
오르는 길 내내 양옆으로 침엽수와 활엽수들은 눈꽃을 활짝 피워 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설국입니다. 무릎 정도만 와주어도 장관일것이다 라는 생각을 뒤엎은 선자령은 허리까지 내린 눈으로 오르는 길은 계속 해서 지체되어 가고 있습니다. 수북히 쌓인 눈사이로 한사람 정도 지날수 있을 정도의 작은 길은 오르는 이들과 내려오는 이들이 교차하면서 병목현상이 생기고 아래에서 부터 불어오는 대관령만의 거센 바람은 간신히 서있기 조차 힘들정도입니다. 어느 정도를 걸었을까?, 문득 눈 앞에 전망대 오르는 길이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평탄한 길이었으나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경사가 기다리고 있지요. 그리 심한 경사는 아니고 긴 거리도 아닙니다만, 많은 눈과 강한 바람은 쉽게 오름을 거부합니다. 어찌나 세찬 바람이던지 눈을 뜨고 걸을 수 없을 정도 였으니까요. 발을 조금만 헛 디뎌도 푹 꺼져버리는 눈길인 통에 몇번을 넘어진듯 누운 듯하다가 이내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유독 이곳만 심한 바람일까 싶은 정도로 맑은 하늘, 그리고 강릉시내와 동해의 바다까지 조망이 되는 듯 한데, 전망대는 유독 몸 하나 가누기가 힘들정도입니다. 잠시 머무는 시간, 금방 지나 올랐던 일행들이 되돌아 옵니다.
"정상까지 길이 없네요" 하신다.
그러고 보니 중간 중간 오르는 길에 수많은 일행들이 도시락을 먹는 현장을 보면서 "정상을 두고 왜 이곳에서..?" 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결국 다른 일행, 동호회들도 너무 많은 눈으로 몇걸음 향하다가 다시 돌아 나온것입니다. 길손의 욕심으로야 그래도 이왕지사 찾은 선자령, 끝까지 가고 싶었으니 아이들이 걱정이더군요. 결국 길손 일행도 정상으로 가는 길은 포기하고 돌아 내려 왔습니다.
눈속에 묻힌 국사 성황당,
이내 정상으로의 길을 포기하고 오던길을 다르다가 국사성황당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었던 탓이었는지, 실감 되는 눈의 깊이가 겁이 날 정도입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그리 무거운적이 없었지요. 성황당에 거의 내려서고 보니 성황당에서 중계탑으로 오르는길을 통제하고 있었네요. 아마도 저라도 그길로 오를 요량이라면 만류하였을 것입니다. 미끄러져 내려온것도 아니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도 그리 많은 땀을 흘려 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지요.
성황당을 잠시 들러보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제 키만큼의 깊이로 만들어진 눈속의 반공호에서 맛난 컵라면으로 온기를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선자령의 바람과 눈을 제대로 체험한 날입니다.
by 박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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